그 많던 인디언은 다 어디로 갔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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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를 보는 동안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 영화를 보며 계속 오버랩되는 것이 백인들의 아메리카 침략의 역사였다. 아마 <아바타>의 장면에서 인간을 백인으로, 나비족을 인디언으로 바꾸어놓으면 그대로 맞아떨어질 것이다. 아메리카라는 미지의 풍요한 대자연과 그 속에서 자연에 순응해 사는 토착민들을 잔인하게 말살하고 약탈한 백인들의 행위가 우주라는 광활한 차원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바타>이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백인들의 식민지 약탈전쟁의 축소판이다.
이런 영화에서 너무나 익숙한 포맷이 있다. 결국 그 토착민을 파괴하는 것도 인간(백인)이지만 그들을 구원하는 것도 인간(백인)이다. 최신 첨단무기로 밀려오는 인간에게 활을 든 나비족(인디언)은 돈키호테나 다름없다.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네이티리를 사랑하는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이다. 인간이 패배한 것은 나비족의 힘 때문이 아니라 나비족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한 제이크와 양심적인 과학자가 결국 탐욕이 아니라 양심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간(백인)의 탐욕은 항상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의 용서를 받는다. 패전한 인간은 나비족의 잔인한 보복을 받는 대신 그들의 관용으로 지구로 철수한다. 그러니 인간의 판도라 행성 침략은 인간으로선 전혀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였다. 영화에는 안 나와 있지만 인간은 아마 다시 판도라에 갈 것이며, 끝내 판도라 행성을 정복하고 나비족을 말살하고 그 자원을 약탈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탐욕을 꺾기에는 몇 사람의 양심은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콜럼부스가 도착하기 이전 아메리카 대륙에는 얼마나 많은 인디언이 살았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보면 중앙 멕시코 지역에만도 5,500만이 살았다고 한다. 그 인구가 50년 후에는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고 1605년에는 100만 명이 살아 있었다. 반면에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에서는 아메리카 전체에 약 1,500만에서 2,000만 명의 인디언이 살고 있었다고 기술되어 있다. 다른 책들도 대체로 2,000만 내외가 살고 있었다고 기술한다. 우리가 말하는 미국에는 약 400만 명 정도의 인디언이 살았다. 반면에 최웅/김봉중의 <미국의 역사>에서는 1,000만 명 정도가 살았다고 나와 있다.
아무튼 지금 미국에는 약 200만이 조금 넘는 인디언이 생존하고 있다. 19세기 말 인디언 사냥이 극에 달했을 때는 한 때 멸종 위기인 25만 명 정도까지 줄어들었지만 한 세기 남짓만에 200만 명 정도로 늘어난 것은 가히 놀랄만한 일이다. 남미 인디언이 대규모로 죽은 가장 큰 이유는 백인들이 묻혀온 천연두나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었다. 중남미 인디언의 90%이상이 이런 전염병으로 짧은 시간에 비운을 겪었다. 반면에 북미 인디언들은 주로 백인들의 학살로 사라졌다.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책을 보면 백인들의 잔혹한 인디언 학살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남미를 정복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일찍 인디언 대량학살을 포기(그들도 많이 죽였다)하고 결혼정책을 편 덕분에 남미는 오늘날 백인문명과 인디언 문명이 혼합된 독특한 컬트문화가 형성되었다. 남미는 인종적으로도 백인이나 인디언이 아닌 혼혈족이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에 북미에서는 백인들이 인디언을 철저하게 학살하고 그나마 남은 인디언은 허울좋은 ‘인디언보호구역’이라는 곳에 강제수용을 해버렸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인간화석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인디언은 인종학적으로 몽골계통의 인종이다. 그들은 약 14,000년 전에서 16,000년 전에 베링해를 건너 미국으로 갔다. 그리고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남미 끝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우리와 아주 먼 인척관계에 있는 종족이었다. 몽골족이 민족 대이동을 하면서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아마 한 20,000년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 미국 인디언들과 우리의 아득한 조상들은 부모형제자매였을지도 모른다.
인디언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후 수만 년 동안 흩어져 살면서 다양한 종족과 언어와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북미 인디언은 중남미 인디언과 달리 콜럼부스가 진출할 때까지 잉카문화, 마야문화, 아즈텍 문화 같은 거대한 문명을 일으키지 못하고 부족단위로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17세기에 와서 백인문명과 맞닥뜨린 것이다. 최신식 총과 대포로 무장한 백인들에게 칼과 활로 맞선 그들은 애초에 게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냥 학살이었다.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하고 주연을 한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의 기본 포맷이 <아바타>와 비슷하다. 인디언 땅을 점령하려는 연합군의 중위인 존 던버는 인디언 추장의 딸인 ‘주먹쥐고 일어서’를 사랑하면서 인디언의 편에 서서 백인들의 침략에 맞선다. 그대로 <아바타>의 줄거리이다. 그래도 <늑대와 춤을>은 좋은 영화이다. <라스트 모히칸>이라는 영화는 보는 내내 불쾌했다. 그 영화가 담고 있는 백인우월주의가 내 마음을 끝까지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 총과 대포를 동원한 백인의 폭력은 축소되고 칼로 가하는 인디언의 폭력은 극대화되어 있다. 정말 총이나 대포와 활과 칼 중 어느 게 더 폭력적일까? 답할 필요도 없다. |
-재미로 쓰는 미국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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